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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OC 공부/우리 시대 한국의 시인들

7주차 - 홍신선의 시 2 : 4. 전율의 미학

by 2000vud 2017.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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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리 일몰

홍신선

두 야윈 손목의 동맥 긋고
앞바다 한가운데 혼절해 네 활개 뻗고 나자빠진
그 잘난 입양녀 노릇도 쫒겨난
오갈 데 없는 안잠자기 신세도 끝장낸
내 누이같은 해,
이제 둥글디 둥근 내면 밖은 도처에 어둠이다
그 몸의 열린 죽음의 하수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실꾸리만한 피올들이
아프지 않은 가난과 신음들을
잔 물결들 위에
막 화톳불 모양 올려 놓는
이 전율의
폐업 직전 정신 영업 한 순간.

방파제 끝 밤출어 나가는
멍텅구리 배 한 척이 흐린 식칼로
소리없이 두 쪽으로 찢어너는
강화도 망월리 앞바다.

일몰을 보고 이렇게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감탄사가 나옵니다.
하수구는 음산하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곳에서 쏟아저 나오는 것이 꼭 나쁜 것이 아닐수도 있어요.
홍신선 시인의 시를 보면 부정적인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보여준다는 것이
너무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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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산

홍신선

차꼬 차고 그 자리에 무릎 꿇린
이제는 삐그덕삐그덕 발 저린 듯
뒤엉치께를 게으르게 옆으로 뒤트는
봉두난발 잡범처럼 끌려나온
그 봄 산

질척대는 회음부 부근인가 저지대 습지인가
물오리나무 떼들이
제 둥근 속 내부에다 번민처럼 기르던 바람 맑은 소리들을
목청껏 쏟아놓는다
오오냐 오냐 다시 일어서마
오오냐 오냐 다시 일러서마
허공에 쏟아지는
그들의 멱을 따듯 수척한 노랫소리들
지난겨울 폭설의 천 톤 눈에
멀쩡한 팔뚝들 숱한 가지들 타악타악 부러뜨려 내리고
목숨 아픈 듯 아프지 않게 건사해온

오늘은 또 무슨 일로 곡간 같은 하늘물 활짝 열렸는가
햇살이 수천 석 가마니짝들로 차곡차곡 들여 쌓인
그 휑뎅그렁 푸른 문이

봄의 활기찬 모습을 형상하고 있네요.
봄산에는 맑은 바람의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
생명이 활기참이 보이네요.
화자는 무릎에서 삐그덕삐그덕하는 것을 보면 몸이 많이 망가지거나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선다고 했어요.

홍신선 시의 대부분은 재생과 부활이 사이사이 많이 나오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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