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시집 <자화상을 위하여>
봄의 계절 감각이 잘들어나며, 중년이 바라보는 시대감각이 나타난다.
내면의 빈 공간을 통해 새로운 열정을 불태운다.
봄날
홍신선
암나사의 터진 밑구멍 속으로
한 입씩 옴찔옴찔 무는 탱탱한 질 속으로
빈틈없이 삽입해 들어간
수나사의
성난 살 한 토막
폐품이 된 이앙기에서 쏟아져 나온
나사 한 쌍
외설한 체위 들킨 채 날흙 속에서 그대로 하고 있다
둘레에는
정액 쏟듯 흘린
제비꽃 몇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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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나사와 수나사라는 것을 통해서 에로티시즘을 비유했습니다.
봄날에 버려진 나사들을 비유하지 않았나 합니다.
이앙기라는 것을 봐서 나사들을 이앙기에 있다가 폐기되면서 떨어져 나온 것 같아요.
병치와 대비를 이중적으로 구도를 보여준다.
아마 화자가 이 글을 쓴 시기는 5월 쯤 되지 않았나 합니다.
제비꽃이 4월에서 6월 사이에 볼수 있는 대표적인 꽃이죠.
모내기를 이제는 사람이 직접하는 것이 아니라 이앙기라는 기계를 통해서 작업을 하니.
생명의 시작을 남여를 나사에 비유하지 않았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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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후
홍신선
능지처참으로 사지(四肢) 끊긴
그것으로도 모자라
부은 양 어깨와 등짝 속 깊이 깊이
새빨간 잉걸불 몇 덩이를 뜸장들로
박고 견디는
제 발원에 뜸 뜨고 섰는
강진만 길 저문 해안도로 옆
전신에 땀 비 오듯 흘리고 섰는
주변에 살 타는 매운내 진동하는
늙은 동백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박모(薄暮)의 이십세기
어느덧 그렇게 쉰 나이 지난
나를 만났다.
50살이 지난 시적 화자 자신과 동백나무의 만남을 그리는 시입니다.
박모라는 뜻은 해가 진 뒤 어스레안 동안이라는 말로
땅거미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잉걸불이 타오르는 것은 아직도 화자가 내면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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