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 중에 하나입니다.
단어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바꿔버린 시로 긍정의 슬픔과 부정의 기쁨이라는 기발한 발상이 너무 나도 마음에 듭니다.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이부분에서 저는 가장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항상 남을 위해 적은 돈을 모금함에 넣고 해서 남을 위해 헌신까지는 아니어도 나눔이라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였지만, 저 또한 다른이들에게 고통과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고통을 주며 기뻐하고 있는 제가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제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되네요.
사람의 감정은 절대로 평등할 수 없겠네요.
반응형
'리딩(reading)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0) | 2017.11.25 |
---|---|
작은 기쁨 - 이해인 (0) | 2017.11.25 |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0) | 2017.11.25 |
수선화에게 - 정호승 (0) | 2017.11.25 |
참 좋은 당신 - 김용택 (0) | 2017.03.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