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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비 개인 뒤의
홍신선
1
허공엔 시멘트 못 뽑힌 빈 구멍투성이다.
결코 숱한 망치질에도 박히지 않던
완강한 빗줄기들이
언제 저리 박혔다 말끔히 뽑혀 나갔는가
해골바가지의 퀭한 눈자위 같은
못구멍 몇 군데서는
아직도 뽑혀 나오다 허리 절반 끊어진
화농한 남은 여우비 두어 줄기가
추깃물처럼 지르르 지를 흘러내린다
속 깊이 박힌 채
숙주에게서 아프지 않게 삭아내린다
비 개인 서녘 하늘에는
팩시밀리로 밀고 들어온
누군가의
감쪽같이 뚫어지고 해진
내면
몇 장.
2
꽉 딛고 선 발밑이 힘쓸 수 없게 뭉텅뭉텅 패어 나가는
시간의 급류 속에
꿈 없는 단색 잠이
중심 잃고 무슨 익사체처럼 넘어져 쓸린다
끔찍한 집착 뒤에
편안한 망각처럼 식어 들어오는,
저 철근 같은 신경을 얽힌
폐허.
이 종말은 다시 어느 아름다운 세상으로의 개벽인가.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급류라고 표현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변한 것은 없어요.
구멍투성이의 마음에는 비가 흐르고 있고,
누군가는 이곳에서 익사를 했네요.
죽을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집착을 하고 있네요.
우리가 폐허속에서 죽는 줄도 모르고,
마치 술, 담배, 마약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갈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네요.
결국 모든 것은 죽기마련이고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종말은 개벽이라고 말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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