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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OC 공부/우리 시대 한국의 시인들

5주차 - 이진명의 시 : 4. 바깥의 청소, 내면의 정화

by 2000vud 2017.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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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는 것


이진명


쓴다는 것은

빗자주를 들고 쓴다는 것은

흘린 것

까먹은 것

떨어뜨린 것

뱉은 것

구긴 것

턴 것

부숴진 것

찢어진 것

달라붙은 것

깨진 것

또 무슨

뭐뭐 한 것

그렇게 표면을 어지럽힌 것들을

치우는 것

속이 보고 싶어서

온통 덮인 속이 보고 싶어서

걷어 내는 것

거울이 걸렸다는 속의 더 속의 안쪽에서는

한 꺼풀만 쓸어도

한 자락만 걷어내도

개미 등허리가 끌고 가는 실날 풀줄기 같은 빛이

빛이 올라온다는 데

그렇다면 아, 쓴다는 것은 건진다는 것

세상 물속에서 빠진 나를

건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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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거울을 보다가 줍는다

이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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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밖을 쓰는 걸 좋아해요

이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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