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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OC 공부/우리 시대 한국의 시인들

4주차 - 문인수의 시 : 3. 부모, 육친의 끝

by 2000vud 2017.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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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그가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 몸, 온 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워 다에 비끄러매려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처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몸을 갚아드린다는 의미는 부모로부터 몸을 받았으며,

부모님의 몸으로 신세를 지었습니다.

이제 부모님께서 늙어 힘이 없으시니 받았던 신세를 갚는다는 의미겠지요.

그 길고 긴 뜨신 끈이라고 오줌을 표현했습니다.

표현이 참 독창적인데요. 오줌은 항상 떨어집니다.

노부모님도 언젠가는 길고 길었던 삶이 끊어지실 것을 확신하고 있을거에요.

하지만 아들은 안타까워 오줌을 붙잡아 매려하고 있죠.

비끄러매다라는 뜻이 <줄이나 끝이 떨어지지 못하게 붙잡아 매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오줌을 액체지요.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하였습니다.

엎어진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지요.

"쉬"라고 아들이 계속 추임새를 넣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경험을 하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아이가 소변을 볼때 옆에서 부모님들이 볼일 잘 보라고 <쉬~>라고 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아들이 <쉬>라고 하는 것은 오줌이 끊어지면,

이별을 맞이하기 싫어 끈을 계속 이어붙이려는 마음이죠.

하지만, 마지막 연을 보세요!

<쉬~>가 <쉬!>으로 바뀌었습니다.

소란스럽지않게 조용하고 편안하게 보내드리려는 아들의 마음이 들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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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나는 그 동안 답답해서 먼 산을 보았다.

어머니는 내 양손에다가 실타래의 한쪽씩을 걸고

그걸 또 당신 쪽으로 마저 다 감았을 때

나는 연이 되어 하늘을 날았다.


밤 깊어 더 낮선 객지에서 젖는 내 여윈 몸이 보인다.


길게 풀리면서 오래 감기는 빗소리


<감았을 때>라는 것을 보아서

아마, 과거시절을 회상하는 것 같다.

연이 되어 하늘을 날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자식이 높은 곳으로 보내려는 부모님의 마음이 보이네요.

연은 높이날아도 연을 날리는 사람은 항상 지면에 닿아있어요.

부모님의 희생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날리는 사람과 연을 이어주는 것은 끈이지요.

끈이 탯줄이라고 생각해도 틀린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탯줄이 끊어지고, 세월이 지나면 유치원에가면 멀어지고,

고등학교에가면 더 멀어지고,  출가를 하면 더욱더 멀어지지만,

부모님과 나의 관계가 종결되는 것은 아니고 계속 이어지지요.

마지막 연은 개인적으로 실이 길게 풀렸다는 것은

긴 세월의 흐름을 말하는 것 같고

빗소리는 세월에 녹아있는 눈물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시인은 아마 끈과 실을 통해 부모님과 나의 관계를 설명하려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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