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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OC 공부/우리 시대 한국의 시인들

3주차 - 최동호의 시 4. 순간과 통합

by 2000vud 2017.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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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시집이후부터는 짧은 호흡과 압축된 시의 형태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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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가 눈을 감고 있을 때

최동호


산을 감싸고 돌아온 어둠이

뜰의 마지막 한 자락을 덮고

어둠 위를 바람이

가만 가만 빗자루가 일으키는

일렁임처럼 쓰다듬고

바람 위에 나뭇잎 한 장이 가볍게

고요를 가라 앉혀 놓았는데, 고개 숙이지 않고

밤늦게 빼곡히 어깨를 내민

창호지 안의 어떤 등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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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시들에 비해서 정적감을 강조하며,

3번째 시집의 달마 시편의 연장선이다.

어둠, 빗자루, 나뭇잎 등이 고요함을 가르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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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는 것은 하나도 없다


최동호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멈추면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바람 소리가 멈추면

느리지만 침 넘어가듯 책장이 넘어간다.


끝내 잘 풀리지 않은

경판 속의 말씀 한 구절


소리 죽은 뜰에서 한기 머금어

하얗게 결정되는 물방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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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경판 속의 말씀 한 구절이 물방울에 결정되는 것을 보아,

만물의 이치 통합을 하려는 시인의 의도가 보인다.


정지, 운동 사이에도 순간의 일점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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