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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시집이후부터는 짧은 호흡과 압축된 시의 형태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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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가 눈을 감고 있을 때
최동호
산을 감싸고 돌아온 어둠이
뜰의 마지막 한 자락을 덮고
어둠 위를 바람이
가만 가만 빗자루가 일으키는
일렁임처럼 쓰다듬고
바람 위에 나뭇잎 한 장이 가볍게
고요를 가라 앉혀 놓았는데, 고개 숙이지 않고
밤늦게 빼곡히 어깨를 내민
창호지 안의 어떤 등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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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시들에 비해서 정적감을 강조하며,
3번째 시집의 달마 시편의 연장선이다.
어둠, 빗자루, 나뭇잎 등이 고요함을 가르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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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는 것은 하나도 없다
최동호
책장 넘어가는 소리가 멈추면
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바람 소리가 멈추면
느리지만 침 넘어가듯 책장이 넘어간다.
끝내 잘 풀리지 않은
경판 속의 말씀 한 구절
소리 죽은 뜰에서 한기 머금어
하얗게 결정되는 물방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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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경판 속의 말씀 한 구절이 물방울에 결정되는 것을 보아,
만물의 이치 통합을 하려는 시인의 의도가 보인다.
정지, 운동 사이에도 순간의 일점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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