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리딩(reading)이야기74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김광규 젊은 손수 운전자에게 김광규 네가 벌써 자동차를 갖게 되었으니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도 하다 운전을 배울 때는 어디든지 달려갈 수 있을 네가 대견스러웠다 면허증은 무엇이나 따두는 것이 좋다고 나도 여러 번 말했었지 이제 너는 차를 몰고 달려가는구나 철따라 달라지는 가로수를 보지 못하고 길가의 과일 장수나 생선 장수를 보지 못하고 아픈 애기를 업고 뛰어가는 여인을 보지 못하고 교통 순경과 신호등을 살피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구나 너의 눈은 빨라지고 너의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 앞으로 기름값이 또 오르고 매연이 눈앞을 가려도 너는 차를 두고 걸어다니려 하지 않을 테지 걷거나 뛰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남들이 보내는 젊은 나이를 너는 시속 60km 이상으로 지나가고 있구나 네가 차를 몰고 달려가는 것을 보.. 2017. 11. 25. 견우의 노래 - 서정주 견우의 노래 서정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직녀여, 여기 번쩍이는 모래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허이언 허이언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 칠석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2017. 11. 25.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 - 정호승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 정호승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절벽 아래로 보이는 바다가 되라 절벽 끝에 튼튼하게 뿌리를 뻗은 저 솔가지 끝에 앉은 새들이 되라 절벽을 만나거든 그만 절벽이 되라 기어이 절벽을 기어오르는 저 개미떼가 되라 그 개미떼들이 망망히 바라보는 수평선이 되라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씩 절벽은 있다 언젠가는 기어이 올라가야 할 언젠가는 기어이 내려와야 할 외로운 절벽이 하나씩 있다 2017. 11. 25. 한밤으로-황동규 한밤으로 황동규 우리 헤어질 땐 서로 가는 곳을 말하지 말자. 너에게는 나를 떠나버릴 힘만을. 나에게는 그걸 노래부를 힘만을. 눈이 왔다, 열한시 평평 눈이 왔다, 열한시. 창밖에는 상록수들 눈에 덮이고 무엇보다도 희고 아름다운 밤 거기에 내 검은 머리를 들이밀리. 눈이 왔다, 열두시 눈이 왔다, 모든 소리들 입다물었다, 열두시. 너의 일생에 이처럼 고요함 헤어짐이 있었나 보라 자물쇠 소리를 내지 말아라 열어두자 이 고요 속에 우리의 헤어짐을. 한시 바라보는 자여, 무모한 사랑이 섞여 있는 그런 노래를 우린 부르자. 언젠가 오 우리 여기 있다, 대답하고 얻은 우리의 일생에 우린 올라서자. 귀기울이지 않아도 바람 소리 바람 소리 그 속에 서 있는 우리는 손잡고 조용히 취한 사내들의 목소리가 되어 있으리 2017. 11. 25. 이전 1 2 3 4 5 6 7 ··· 19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