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수족관으로부터
문태준
나의 골목 귀퉁이에 수족관이 있어서
물 위에 물을 쌓는
물로 물을 씻는 수족관이 있어서
나는 매번 그곳서 큰숨을 한차례 쉰다
오늘은 서너마리가 유영을 하고 있다
물속에 가라앉는 물고기가 하늘을 알까만
한마리에게는 소천(召天)이 있을 것 같다
비늘이 너덜너덜하지만 홑청을 마련해줄 수 없고
겨우겨우 아가미가 움직이나 폐를 빌려줄 수 없다
두 눈이 헐겁게 떨어져나고 있다
수족관으로부터
너절하고 수군거리고 베개에 머리를 괴러 가는
쓰러져 누운 나의 골목이 하나 있다
반응형
'리딩(reading)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나무 시나무 - 이선영 (0) | 2017.11.26 |
---|---|
정호승 - 이별노래 (0) | 2017.11.26 |
푸른 밤 - 나희덕 (0) | 2017.11.25 |
기다렸으나 - 김지하 (0) | 2017.11.25 |
겨울 강에서-정호승 (0) | 2017.11.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