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OOC 공부/우리 시대 한국의 시인들
12주차 - 이장욱의 시 2 : 구름의 형식 1
2000vud
2017. 12. 1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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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의 모반의 형식 종류
1. 구름의 형식
2. 정지된 시선
3. 복화술
4. 호명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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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입은 구름
이장욱
나는 바지 입은 구름,
형체를 지니지 않습니다.
때로 가을 하늘 선선히
산책하기를 즐기지만
나는 바지 입은 구름,
문득 어두워져 가는 몸과 더불어
그대 곁을 떠도는
환혼의 그림자입니다
때로 흐린 공기 저편으로
그대 여윈 손을 넣어보시길
그리고 천천히 그대 손가락 사이로
흘러다니는 구름의 몸,
몸의 구름,
아무런 형체를 지니지 못한
그 허랑한 마음을 바라보시길
바지 입은 구름과의 휘파람,
바지 입은 구름과의 노래,
어느덧 한 사내의 일생이
흘러다는 저녁 하늘
스스로를 이기지 못해
이제 그대 발목을 처연히 핥는
소슬한 저 가을비 속을
그대는 거닐어보시길
나는 바지 입은 구름, 물의 몸을 지녀
몇 번의 출렁임으로도 곧
쏟아질 듯 한
나는 바지 입은 구름
구름은 형체가 없다고 하면서 바지를 입었다고 하네요,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나요?
또한 한 사내의 일생도 어느덧 허량하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일생과 구름의 공통점이겠죠?
일생은 정해진 틀이 없고, 유동적으로 변합니다.
우리가 머리에 주입된 것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원시 사회로 간다면 그것이 꼭 맞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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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전사 - 김수영과 함께
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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